L에게 보낸 편지
비추 김재원
너는 고향으로 돌아 가고야 말았다.
어둠이 서려 있는 고향으로...
너는 고향에 있던 시절이 좋았다 생각하고 갔지만
모두가 생각할 때는 좋은 고향은 못 된다.
어둡고 쓸쓸한 곳, 어둠이 밀려와 고독함을 느끼는 곳,
그곳은 좋은 고향이 못 되지 아무렴 못 되고 말고,
그런 고향을 너는 돌아 가야만 했어.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가지 말라고 애원했던 고향을...
다시는 고향으로 가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이제와서 고향으로 가겠다니
너와 나의 약속은 파도가 몰고 온 물거품이란 말이냐?
너는 지금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 고향으로 간다면 다시는 고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을...
설사 고향을 벗어난다 할지라도 또 다시 고향을 찾게 될 거야.
너의 약한 마음으로는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너에게는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고
마음속으로 빌었건만 너는 내 말은 듣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냐, 고향을 찾아서... 모를 일이야!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내가 들었다면 좋았을 것을...
만날 떄 마다 고민이 있다고 말했을 때 너는 잊는 척 했던 거야.
겉으로는 미소 짓지만 속은 울고 있었으리라.
지금 생각하니...
나는 너에게 기대를 갖고 있었지.
너는 틀림없이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가리라고.
하지만 너는 너무 빨리 포기했어.
꼭 그래야만 했을까?
꼭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했을까?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했을까?
고향으로 돌아가니까 살 맛 나는 거니?
너는 바보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약속을 저버렸으니...
아무튼 열심히 살아가기를 바라겠어!
탈선을 하지 말고 말이야...
내 말 명심하고 살아가기를...
<198405??>
***이 글을 옮기면서 문득 그녀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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