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순수시인의 연작시모음(깡통 머리)

깡통 머리 14. 가을의 전령사/2014년 제3의 문학 동인지

순수시인 2017. 12. 12. 15:35

 

 

 깡통 머리 14. 가을의 전령사

 

                                            

                                               비추/김 재원

 

 

 

 

 

이른 새벽 울어대던 풀벌레

여름의 그리움인가 계절의 아쉬움인지 

밤이 깊어 가는데 지치지도 않는가 

지겹게 울어 나의 단잠을 깨운다

 

귀뚜르르르 쫑종

쫑쫑 쪼르르르

소리를 표현할수 없어

응그리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나선다

 

소리나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가면 멈추고

저 만치서 다시 들려와  

그곳으로 살며시 다가가면 소리가 멈춘다

 

다시들려오는 소리는 

처음 울던 그곳 다시 소리죽여 

처음 그 곳으로 오면 담장 너머에서

 

기계 소리인가 문 밖으로 나가면 

분명 풀벌레 울음소리

무슨 풀벌레 소리인지 몇 날 몇 밤을 울고있다 

 

한낮의 뜨거움 속에서도 

짝을 찾지 못해서 저리 슬피 울었을까

모두가 잠이든 이밤에도

구슬프게 계속 울어대던 풀벌레 

 

장맛비와 무더움을 동반한

여름은 이제 떠나려는가 보다  길가의 가로수  

울긋불긋 옷을 갈아 입는 을이 온다고 

알려 주려는 듯이 울어대는 가을의 전령사.

 

(20110901=20130701) 

 

*순우리말

응그리다:얼굴을 찡그리다

 

 <2014년 제3의 문학 동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