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에서 생긴 일
비추/김 재원
이슬이를 벗 삼아 지내고 있던 터에 재발이 되었다. 일이 바빠 못 갔던 의원을 오늘에서야 갔었다. 직장 출근 때문에 9시 30분 진료 시작이다. 집에서 그 의원으로 가는 버스가 없어 택시를 타고 8시에 도착했다.
내 앞에는 이미 열 서너 장의 건강보험카드가 있었고 오늘도 오전에 출근이 빠듯하리라는 생각으로 한숨만 나온다. 보험카드를 내려 놓고 밖으로 나왔다가 있을곳도 없고 의원 근처를 뱅뱅 돌다. 처방약국 앞에 앉아 있는데 약사가 승용차를 약국 앞에 댄다. "샷다를 열어야 하니 비켜주세요" "네, 미안합니다."
문에 붙은 여러 명의 이름이 적힌 것을 떼어 가지고 들어간다 . "그것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접수 순서란다. 두달 만에 다시찾은 의원의 규칙이 바뀐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이름을 써 넣지 않았는데 그 종이에 적힌 순서대로 검진을 한단다. "이런 낭패가..." 간호사에게 말했다 .예전처럼 보험카드만 내려놓고 이름을 안 적었는데 직장을 가야하니 보험카드 순서대로 해주면 안되겠는가 물었더니 누구 하나 사정 봐주다보면 너도 나도 또 전처럼, 내가 먼저 왔네, 네가 먼저 왔느니 싸울까 두려워 안된다 한다, 증인들이 많은데 이번 한 번만 참작해 달라고 말하니 안 된다고 거두절미하니 속은 타 들어간다. 생각하고 차례를 기다리려는데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의원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담배 한 개비 꺼내 물고 연신 피웠다. 담뱃불을 끄고 의원문을 들어 서서 처방전 코너로 다가 가니 그 곳에 원무과장이 있었다. 의원 규정이 바뀌었으면 1층 입구에 안내문을 붙혀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따졌다.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오는 사람이 어떻게 알겠는가? "잠도 못 자고 택시비를 들여서 왔건만, 밀려서 오후에 검진을 받게 되었으니 이런 낭패가 어딨냐며" 하소연을 하고 차례를 기다리던중 의사선생님이 나의 이름을 호명한다. 깜짝 놀라기도 하고 내 뒤로 온 분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써 넣었는데 "왜 저 사람이 먼저 검진을 받을까"하는 생각을 할까봐 괜시리 미안해서 대기석을 바라보지 못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를 받아 주사를 맞고, 처방전을 받아 의원문을 나서는데 대기석에 기다리는 분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에 "먼저갑니다" 인사를 하고 약국에서 약을 사고 직장으로 돌아오니 오전 11시 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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