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님의 함께 작품 쓰는 방

초록 앞에서/전상순

순수시인 2008. 2. 28. 22:13

    초록 앞에서 / 전 상순 이끼 헤치며 봄물에 슬며시 나오는 물방개 갇혔던 맑은 물, 방파제 골 사이로 앞다투어 흐르는 광경에 깜짝 놀라 물살 따라 덩달아 뛰고 들판엔 초록여신이, 누구든 쉴 수 있는 겨우내 비축해둔 푸른 기운을 한꺼번에 밖으로 내보낸다 나도 어린싹 앞에 해의 바람결에 너덜한 부스러기 깎아 뭉긋한 성질의 능선을 걸어 순수 앞에 유순함 앞에 나아가야지 늘 엄살로 버티던 일상에 푸른 살대를 붙여 쓰러져가던 몸체가 바로 서는 일 살찌는 상상 갠 날로 이승에 살아있다는 시늉만 내어도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온풍이 있어 목숨의 불멸을 노래할 수 있다네.
2008.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