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시인(지면발표) 작품방

아롱이 1. /2014년 국제문단 가을호

순수시인 2014. 10. 29. 23:44

아롱이 1.

 

                                    비추/김 재원

 

 

저 멀리서부터 나의 발걸음은

집으로 향해 다가가면

알아듣고 제 집에서 나와 기다린다

 

대문에 키를 꼽고 돌리면

너무도 그리웠는지

시끄럽고 요란하다

 

문을 여는 것이 늦어지면

기다리지 못하고 컹 컹 울부짖으며

나를 반긴다

 

집에서도 반기지 않는 사시랑이*를

반겨주는 아롱이가 있어 행복하다

아롱이와 내가 한 집에서 얼마나 살게 될지 모르지만.

 

(20090113)

 

*순우리말

사시랑이=가냘프게 메마른 남자를 일컬음.